"이젠 삼성이 EUV 쓸어가나"…이재용에 긴장한 반도체社들

입력 2022-06-15 20:00   수정 2022-06-23 16:4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극자외선(EUV)노광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L을 직접 찾은 것은 그만큼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계 스마트폰부터 전기·자율주행차, 서버업체 등까지 성능 경쟁이 격화하면서 첨단 반도체를 적용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정부를 통해 EUV 장비 반출에 사실상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은 장비 확보를 위해 각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쌓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TSMC·인텔 긴장
미세공정이 반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생산성이 높다. 반도체 기업은 웨이퍼라는 반도체 기판에 노광장비로 밑그림을 그려 반도체를 생산한다.

기존 노광장비가 붓이라면 EUV는 펜에 해당한다. 회로를 더욱 얇게 그릴 수 있게 돼 웨이퍼 한 장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다. 생산성은 높아지고 가격은 내려간다. 반도체 성능도 좋아진다. 미세공정으로 그리는 반도체 회로 폭이 좁아질수록 소자의 동작이 빨라진다. 소비전력은 줄어들고 정보처리 속도는 올라간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이 EUV 장비를 되도록 많이 확보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EUV 장비 기술을 갖추고 있는 곳은 네덜란드 ASML이 유일한 데다 연간 생산량도 지난해 기준 42대에 불과하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 향상을 견제하는 미국이 EUV 장비 반출에 개입하면서 EUV를 확보하기 위해선 ASML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미국 정부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이 부회장이 ASML 방문 전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부터 찾은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해 구속돼 있는 동안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는 공격적으로 EUV 장비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는 제조에만 2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많은 양을 확보하는 게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하지만 3~4대만 계약해도 구입 비용이 1조원을 훌쩍 넘기는 대규모 거래라 삼성전자도 이 부회장의 부재 동안 공격적으로 EUV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EUV 확보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삼성이 이미 반도체를 포함해 45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만큼 EUV 장비도 적극적으로 구매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이 EUV를 구매하는 규모에 따라 연간 반도체 무역 규모가 달라질 정도”라며 “TSMC와 인텔도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SDI 역할도 주목
업계에서는 삼성과 네덜란드 정부 간 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길에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동행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뤼터 총리는 정보통신기술(ICT)·전기차·e헬스 등 혁신에 기반한 신산업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며 “반도체 이외 분야에서도 삼성과 협력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만큼 네덜란드의 제조 경쟁력과 관련해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올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을 통한 미국 진출을 확정했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와 미국이 합작한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지난해 1월 출범한 회사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에 이어 벨기에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 종합반도체 연구소 아이멕(IMEC)도 방문했다.

박신영/정지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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